주한 러시아대사관이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을 앞두고 서울 청사 외벽에 러시아의 입장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이다.
길이 약 15미터 규모의 해당 현수막은 러시아 국기 색상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사관 건물 외벽에 게시됐다. 현수막에는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구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에서 널리 사용된 표현으로,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는 상징적 문구로 러시아 내에서 다시 활용되고 있다.
외교부는 러시아대사관 측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고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러시아가 유엔 헌장을 위반한 불법 전쟁으로 보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러시아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은 또 대사관 건물에 이 같은 메시지를 게시하는 행위가 국내 여론을 자극할 수 있으며, 한러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에는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주재하고 있어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 주재하는 일부 유럽 외교관들 역시 해당 현수막 게시와 관련해 외교부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최근 주한 러시아 공관이 한국 내에서 자국의 전쟁 서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이달 11일 서울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의 러시아 지원을 공개적으로 치하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는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 남부를 우크라이나군과 서방 용병으로부터 해방하는 데 기여한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군인들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또 침공 기념일에 맞춰 오는 24일 공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관련 내용을 경찰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가 열릴 경우 대사관이 주최하는 두 번째 공개 행사다. 러시아대사관은 침공 1주년과 2주년 당시에는 서울에서 공개 집회를 열지 않았다.
한편 인접국인 일본 도쿄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이번과 유사한 전쟁 관련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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